티스토리 뷰
목차

서울 아파트 값이 88주 연속 상승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저는 오히려 불안해졌습니다. 오를 때 불안하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2023년 첫 투자에서 금리 사이클을 제대로 못 읽어 좋은 기회를 통째로 날린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아파트 단지를 보기 전에 국고채 금리 그래프부터 꺼냅니다. 지금 이 상승장이 진짜 탄탄한 건지, 아니면 금리라는 뇌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건지, 제가 직접 겪으며 정리한 내용을 풀어 보겠습니다.
금리 사이클이 집값을 어떻게 흔드는가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라는 말을 믿어 의심치 않는 분들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고 싶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기억하십니까?
그해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4.6%까지 치솟았습니다. 여기서 10년물 국고채 금리란 정부가 10년 만기로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로,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이 금리가 4%를 넘은 기간이 고작 7주였는데, 그 사이에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이 월 558건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통계 작성 이래 최저 기록이었고, 연간 실거래가 하락 폭은 22%에 달했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저도 그 시기를 시장에서 직접 지켜봤습니다. 주변에서 "강남은 절대 안 떨어진다"고 하던 분들이 조용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2026년의 금리 수준은 당시와 거의 유사한 4%대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고금리가 7주가 아니라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사례를 보면, 금리 인상의 효과는 즉각 나타나지 않고 보통 5개월에서 15개월의 시차를 두고 집값에 반영됩니다. 2006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렸을 때도 집값은 15개월 뒤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12년까지 무려 27% 빠졌고,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도시들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현재 고금리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흔들기 시작하는 시점은 2027년 2분기로 예상됩니다.
변동금리 구조가 왜 우리나라에서 더 위험한가
2022년과 2026년의 금리 수준이 비슷한데, 왜 지금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요? 저는 그 답이 변동금리 구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동금리란 시장 금리 변화에 따라 대출 이자율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상품입니다. 미국은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이 30년 고정금리로 나가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도 기존 대출자는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출의 상당 부분이 변동금리 또는 혼합형으로 구성되어 있어, 금리 변화에 훨씬 빠르고 크게 반응합니다. 같은 금리 인상기에도 2022~23년 집값이 영국, 호주, 독일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떨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시한폭탄이 더 있습니다. 2021년과 2022년에 금리 상승을 우려해 5년 고정 혼합형 대출을 선택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혼합형 대출이란 처음 5년은 고정금리로 묶어 두다가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상품입니다. 그 전환 시점이 바로 지금,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대출 금리가 당시 2.7%에서 현재 4.26%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변동금리로 바뀌는 것이니, 월 원리금 부담이 단번에 수십만 원 이상 늘어나는 가계가 속출할 수 있습니다.
가계신용 규모도 문제입니다. 2019년 말 1,600조 원대였던 가계신용이 저금리 기간을 거치며 2,0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미 은행 연체율이 10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동금리 전환이 쌓이면 연체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한국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 미국 대비 높아 금리 인상 충격이 더 빠르게 전달
- 2021~22년 체결된 5년 고정 혼합형 대출의 변동금리 전환 시점: 2026년 4분기부터 본격화
- 가계신용: 2019년 말 1,600조 원대 → 2,000조 원 돌파, 연체율 10년 최고치
- 주담대 금리 변화: 2.7%(고정기 적용) → 4.26%(현재 변동 전환 시 적용)
2027년까지 남아 있는 상승 연료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왜 지금 집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을까요? 금리가 이렇게 높은데도 88주 연속 상승이 가능했던 데는 몇 가지 연료가 있습니다.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집값 상승의 결정 요인은 기준금리 60.7%, 대출 규제 17.9%, 주택 공급 8.5% 순입니다(출처: 국토연구원). 금리가 압도적이긴 하지만, 나머지 요인들이 동시에 상승 방향으로 작용하면 금리 압박을 일정 기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매수자의 70%가 주식 수익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는 자금 출처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주가가 한때 9,100을 넘던 시기에 주식을 팔아 부동산으로 갈아탄 수요가 상당했다는 뜻입니다. 다만 주가가 고점 대비 38% 하락한 지금은 이 경로를 통한 매수세가 빠르게 식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아직 살아 있는 연료가 하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성과급입니다. 주가가 떨어져도 기업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은 지급됩니다. 두 회사 합산 임직원이 수십만 명에 달하고, 그중 DS 사업부 비중이 높아 동탄과 같은 특정 지역 주택 구매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제가 직접 체감하기로, 이 지역 매물 호가는 성과급 지급 시즌을 앞두고 실제로 오르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내년 봄 성과급 지급 시점까지는 이 연료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도 서울 입주 물량이 2025년 37,000가구에서 2027년 23,000가구, 2028년 15,000가구로 급감할 예정인 반면,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는 2028년 45,000가구로 입주 물량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이 공급 공백이 전세가를 끌어올리고, 전세가가 매매가를 자극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금리를 맞히려 하기보다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금리가 집값의 60%를 결정한다는 사실에는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다만 "공급의 영향은 8.5%에 불과하다"는 숫자는 조심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국 평균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제가 직접 겪어봤더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2023년에 투자한 단지 중 하나가 주변에 신규 입주 물량이 계속 쌓이는 지역이었습니다. 서울 전체 시장이 반등하고 상승세를 타는 동안에도 그 지역 매매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습니다. 금리는 시장 전체의 방향을 정하고, 공급은 지역별 온도 차이를 만든다는 게 제 경험상의 결론입니다. 같은 금리 환경에서도 어디를 사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랐습니다.
또 하나, 금리의 방향과 시점을 정확히 맞히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어렵습니다. 2022년 하락기에 "더 떨어질 것"이라며 기다리던 분들은 2023년의 반등을 통째로 놓쳤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 반등 초입에서 "이게 진짜 바닥인가?" 확신하지 못해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최근 실거주 집을 매수할 때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금리 예측보다 금리가 올라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먼저 설계했습니다. 보금자리론을 선택해 장기 고정금리로 묶었고, 월 원리금이 순저축액의 3분의 2를 넘지 않도록 대출 규모를 조절했습니다. 여기서 보금자리론이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정책 모기지 상품으로, 최장 50년까지 고정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어 금리 변동 리스크를 차단하는 데 유용합니다. 예측이 틀려도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훨씬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2028년을 전후로는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퇴직 나이는 53세이며, 남성은 55세입니다. 은퇴한다고 집을 바로 팔진 않겠지만, 더 큰 집으로 갈아타거나 새로 매수하는 데 열정적으로 나서기는 어렵습니다. 신규 주택 수요가 장기적으로 둔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하락 압력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서울 아파트 사도 될까요? 더 오를까요?
A. 지금 당장의 방향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반도체 성과급과 공급 공백이 단기 상승 연료로 작용할 수 있지만, 2027년 2분기부터 고금리 효과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고정금리 대출로 월 원리금을 통제하고 입지를 신중히 고르는 것이 금리 방향을 맞히는 것보다 훨씬 유효한 접근입니다.
Q.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야 하나요?
A. 현재 금리 수준이 고점인지 하락 전환인지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2021~22년에 5년 고정 혼합형으로 대출을 받은 분이라면 변동금리 전환 시 금리가 2.7%에서 4%대 이상으로 오르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전환 전에 고정금리 상품으로 대환하는 옵션을 금융기관에 직접 문의해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강남은 정말 금리에도 안 떨어지나요?
A. 2022년 실거래 데이터가 이미 답을 보여줍니다. 강남구를 포함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그해 한 해 동안 22% 하락했습니다. 최근에도 강남구는 10주 연속 하락하며 0.35% 조정을 받았습니다. 강남 불패는 저금리 시대의 착시일 수 있고, 금리라는 변수 앞에서는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Q.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이 집값에 정말 영향을 주나요?
A. 동탄 등 반도체 직원 밀집 지역에서는 체감 가능한 영향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임직원만 10만 명이 넘고 DS 사업부 비중이 높아, 대규모 성과급 지급 시즌에 해당 지역 매물 호가가 오르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효과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며, 전국적·장기적 상승 동력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론
2027년은 상승 연료와 하방 압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도체 성과급과 공급 공백이 상반기까지 불씨를 살릴 수 있지만, 고금리의 시차 효과와 변동금리 전환, 가계부채 연체율 상승이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2028년 이후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장기 수요 둔화까지 겹친다면, 저금리 시대에 만들어진 부동산 불패 신화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제가 2023년 투자 실패에서 배운 것은 단 하나입니다. 금리가 어디로 갈지 맞히려 하기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신호와 10년물 국고채 금리 흐름을 꾸준히 체크하면서 금리가 올라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먼저 갖추는 것입니다. 시장을 이기려 하기보다, 시장이 흔들려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것을 그 경험이 가르쳐 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