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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잠실을 임장하던 날, 노트에 적어 뒀던 숫자 하나가 있습니다. 리센츠 전용 84㎡, 30억 원대. 그 숫자가 이번 더샵 분당 하이스트 분양가 기사를 읽는 순간 겹쳤습니다.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 4단지를 리모델링한 이 단지의 84㎡ 최고 분양가가 29억 8,100만 원, 사실상 3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청약 경쟁률은 1대 1을 넘겼지만 일부 평형에서 미달이 났고, 그 이유가 숫자 하나로 설명됩니다.
청약 결과 — 숫자가 말해주는 것들
출처: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더샵 분당 하이스트의 특별공급은 87가구 모집에 226명이 지원해 평균 2.93대 1을 기록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경쟁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전용 84㎡의 신혼부부·신생아 유형과 노부모 부양·신생아 유형에서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제가 청약 데이터를 6년째 들여다보면서 느끼는 건, 특별공급 일부 유형 제로(0)는 단순한 수요 부재가 아니라 가격 저항의 신호라는 점입니다.
이어진 해당 지역 1순위 청약에서도 평균 3.88대 1에 그쳤습니다. 전용 84㎡ B타입은 5가구 모집에 3명이 신청해 2가구 미달, F타입은 4가구 모집에 3명 신청으로 1가구 미달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기타 지역 1순위 접수에서 84B 타입 12명, 84F 타입 10명이 지원하며 물량은 채워졌지만, 이것이 곧 계약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여기서 리모델링 사업의 구조적 특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리모델링이란 기존 건물의 골조(구조물의 뼈대)를 유지한 채 내·외부를 새로 고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아파트의 기본 뼈대는 그대로 두고 살을 새로 붙이는 공사입니다. 이 때문에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즉 얼마나 높고 빽빽하게 지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증가에 한계가 생기고,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가 됩니다. 이번 단지도 전체 1,149가구 중 일반분양은 143가구에 불과합니다.
비슷한 전례가 바로 분당 안에 있습니다. 구미동 무지개마을 4단지를 리모델링한 더샵 분당 센트로 역시 청약 당시 경쟁률은 높았으나 실제 계약에서 일부 미계약분이 남았습니다. 10월 2일 당첨자 발표, 10월 13일부터 15일 정당 계약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특별공급 평균 경쟁률 2.93대 1 — 전용 84㎡ 일부 유형 지원자 0명
- 해당 지역 1순위 평균 3.88대 1 — 84㎡ B·F타입 미달 발생
- 기타 지역 청약으로 미달 물량 해소 — 실제 계약률은 미정
- 전체 1,149가구 중 일반분양 143가구, 리모델링 구조적 한계
고분양가 논란 — 같은 돈이면 저는 어디를 살까
더샵 분당 하이스트의 분양가는 전용 66㎡가 20억 2,800만 원~21억 6,300만 원, 74㎡가 23억~24억 200만 원, 84㎡가 26억 6,000만 원에서 최고 29억 8,100만 원입니다. 제가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바로 임장 노트를 펼쳤습니다. 비교 대상을 직접 적어 보려고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느티마을 3단지를 리모델링한 더샵 분당 TL1의 84㎡ 최고 분양가가 26억 8,400만 원이었는데, 4단지는 거기서 약 3억 원이 오른 수준입니다. 그 3단지가 일반 공급 당시 평균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4단지의 가격 책정이 얼마나 공격적인지 체감됩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도 "3단지보다 역에서 더 먼데 가격은 더 비싸다"고 입을 모읍니다. 처음 사업 제안 당시 13억~14억 원 수준으로 논의되던 분양가가 두 배 넘게 뛴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옵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이 주된 원인이지만, 그 부담이 수분양자에게 온전히 전가된 구조라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투자 공부를 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후보 단지를 한 줄에 올려놓고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지역 단지들과 나란히 비교하는 것입니다. 실거주 집을 고를 때도 그랬습니다. 그 비교 작업 끝에야 "이 가격에 이 입지면 된다"는 확신이 생겼으니까요.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표를 만들어 봤습니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자료를 기준으로, 지하철 2호선 역세권인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 시세는 약 30억 5,000만 원 선입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84㎡는 최근 29억~32억 5,000만 원 사이에 거래됐고,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84㎡도 29억 9,000만 원~31억 9,500만 원 선입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1만 2,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입니다. 단지 규모가 크면 커뮤니티 시설과 관리비 효율, 환금성(필요할 때 빠르게 팔 수 있는 능력)에서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던 잠실은 역이 코앞이고, 학원가·소아과·카페가 반경 5분 안에 다 모여 있었습니다. 그날 임장보고서 잠실 칸에 "입지 요소의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라고 적었는데, 그 단지의 34평이 30억 원대입니다. 분당 정자역이 좋은 입지라는 건 부정하지 않습니다. 신분당선과 수인분당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고, 판교 테크노밸리 직주근접 수요도 탄탄합니다. 그러나 같은 돈을 들고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저라면 서울 핵심 입지의 대단지를 먼저 볼 것 같습니다.
튜터링 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계속 떠오릅니다. 1기 신도시가 처음 분양될 때 분당·일산이 마포보다 비쌌던 시절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 위치대로 가격이 정리됐다는 것입니다. 신축 프리미엄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지만, 위치는 바뀌지 않는다는 이 원칙을 6년째 발품 팔며 확인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더샵 분당 하이스트 84㎡ 미달이 났는데 미분양 될 가능성이 있나요?
A. 해당 지역 1순위에서 채우지 못한 물량은 기타 지역 청약으로 소화됐습니다. 다만 기타 지역 당첨자까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10월 13일~15일 정당 계약 이후에야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한 구조였던 더샵 분당 센트로가 청약 경쟁률은 높았지만 일부 미계약분이 남았던 전례가 있어, 계약률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Q. 느티마을 3단지(더샵 분당 TL1)와 4단지(더샵 분당 하이스트) 분양가 차이가 얼마나 되나요?
A. 3단지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26억 8,400만 원이었고, 4단지는 29억 8,100만 원으로 약 3억 원 더 높습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4단지가 역에서 거리가 더 멀고 선호도 면에서도 3단지보다 낮게 평가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가격이 오히려 역전된 구조라 현지에서도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Q. 리모델링 아파트는 재건축 아파트와 뭐가 다른가요?
A.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의 골조(뼈대)를 유지한 채 내외부를 새로 고치는 방식입니다. 반면 재건축은 기존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처음부터 새로 짓습니다. 리모델링은 용적률 증가 폭이 작아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기 어렵고, 기존 구조에서 오는 평면·주차 등의 한계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 차이입니다.
Q. 분당 정자역 역세권이면 입지는 좋은 거 아닌가요?
A. 입지 자체는 분명히 좋습니다. 신분당선과 수인분당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고, 판교 테크노밸리와 정자 일대 대기업 사옥이 가까워 직주근접을 중시하는 수요에는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가격이 30억 원에 육박하면서 비교 대상이 분당 안이 아니라 잠실·강남·강동의 서울 핵심 단지들로 넓어졌다는 게 문제입니다. 입지가 좋다는 것과 그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결론
정리하면, 더샵 분당 하이스트는 입지와 가격 사이의 간극이 이번 청약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정자역 역세권이라는 장점은 실수요자에게 여전히 유효하지만, 30억 원에 육박하는 분양가는 비교 대상을 분당 안이 아니라 서울 핵심지로 끌어올렸습니다. 비교해보지 않으면 비싼지 싼지 알 수 없다는 것, 제가 6년 동안 발품으로 배운 원칙입니다.
판교나 정자 생활권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이 단지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같은 가격대의 서울 단지들을 직접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그렇게 했고, 그 비교 끝에야 확신이 생겼습니다. 10월 정당 계약 결과와 미계약 물량 여부가 분당 리모델링 청약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