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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 골목길 하나가 318명의 공동 소유가 됐습니다. 26억 원에 산 사유도로를 불과 8개월 만에 143억 원에 쪼개 팔았고, 그 차익 116억 원은 기획부동산이 고스란히 가져갔습니다. 제가 이 얘기를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파는 사람만 돈을 버는 구조인데, 왜 사는 사람은 계속 생기는 걸까."
파는 사람만 웃는 구조, 어떻게 만들어졌나
혹시 "서울에 내 땅 한 평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 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솔직히 그런 막연한 바람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 것이 이번 사도 지분 쪼개기 사건의 핵심입니다.
문제의 도로는 강남 주택가 골목, 폭 4미터도 안 되는 사유도로입니다. 전체 면적 2,431㎡, 약 735평짜리 이 길을 기획부동산으로 추정되는 법인 두 곳이 원소유자에게 매입한 뒤, 2개월 만에 쪼개기를 시작했습니다. 최소 1㎡(약 0.3평)에서 최대 99㎡(약 30평) 단위로 잘라서, 법인 5곳과 전국 개인 318명에게 팔아넘겼습니다. 평당 110만 원에 사서 평당 590만 원에 되판 셈입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등장합니다. 바로 사도(私道)입니다. 사도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가 아닌,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한 도로를 말합니다. 공도와 달리 매매가 가능하고, 공시지가도 인근 대지의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기획부동산은 이 낮은 공시지가 덕분에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다면 사는 사람들은 왜 샀을까요? 2014~2015년 대법원 판결이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판결은 정비사업에 편입되는 사유도로를 공시지가 그대로 평가하지 말고, 주택 개발 특성을 반영해 높게 보상하라는 취지였습니다. 기획부동산은 이 판례를 악용해 "도로를 사두면 나중에 대지 가격 100%로 보상받는다", "입주권까지 받을 수 있다"며 지방 투자자들을 공략했습니다. 콜센터를 운영하고 개인정보를 확보해 1대1로 전화 영업을 펼치는 방식이었습니다.
제 주위를 둘러보면 모아타운 지정을 기대하고 빌라나 지분을 매수한 뒤 5년 넘게 팔지 못하고 있는 동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분들도 분명히 나름의 논리가 있었고, 누군가의 설명을 듣고 샀을 겁니다. 문제는 그 논리가 '파는 사람의 논리'였다는 점입니다.
- 매입가: 26억 9,000만 원 (평당 약 110만 원)
- 매각가: 143억 4,300만 원 (평당 약 590만 원)
- 시세 차익: 약 116억 원 (약 5.3배)
- 매수자: 법인 5곳 + 개인 318명, 최소 지분 0.3평
0.3평짜리 땅, 재개발되면 아파트 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핵심입니다. 저는 투자를 검토할 때 가치, 가격, 환금성, 수익성, 원금 보존 가능성, 그리고 리스크를 순서대로 따져보는 편입니다. 이 기준을 0.3평짜리 골목길 지분에 대입해보면, 솔직히 하나도 통과하지 못합니다.
서울에서 재개발 사업 조합원 자격을 얻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서울시 기준으로, 토지만 보유한 경우에는 최소 90㎡(약 27.2평) 이상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조합원 자격이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0.3평 지분 보유자는 구조적으로 이 자격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보상금이라도 두둑이 받을 수 있을까요? 서울시는 2024년 국토교통부에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에 편입되는 사유도로를 인근 대지 평가액의 10분의 1 이하로 평가하도록 법령 개정을 건의했습니다(출처: 서울특별시). 이 건의가 반영되면, 비싸게 산 도로 지분은 헐값 보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토부가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방향성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더 결정적인 대응도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2026년 10월 17일부터 서울 전 지역의 도로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구역으로, 투기 목적의 지분 분할 매각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입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지정 기간은 2027년 10월 17일까지 1년입니다.
제가 직접 따져봤는데, 이런 땅의 치명적인 문제는 환금성입니다. 아파트는 잘못 사도 매수 희망자가 있어 어떻게든 팔 방법이 생기지만, 0.3평짜리 골목길 지분을 사겠다는 사람이 시장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결국 내가 팔고 싶을 때 팔 수 없는 땅입니다. 그것이 제가 이 상품에 절대 손을 대지 않겠다고 결론 내린 이유입니다.
기회비용 측면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같은 돈으로 환금성이 높은 아파트를 매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물론 아파트도 잘못 사면 고생하지만, 적어도 "팔 수는 있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출발선이 다릅니다. 저는 모르면 안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경우는 알면 알수록 더 안 하게 되는 케이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강남 골목길 지분을 사면 나중에 재개발 아파트를 받을 수 있나요?
A. 서울 재개발에서 토지만 보유한 경우 조합원 자격을 얻으려면 최소 90㎡(약 27.2평) 이상이 필요합니다. 0.3평~5평 수준의 소규모 지분 보유자는 구조적으로 입주권 대상이 아니며, 보상금 수령만 가능합니다. 그마저도 서울시가 사유도로 평가액을 대지의 10분의 1로 낮추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보상 기대치도 크지 않습니다.
Q. 기획부동산이 이런 땅을 파는 방식이 불법인가요?
A. 사유도로를 매입해 지분으로 나눠 파는 행위 자체가 곧바로 불법은 아닙니다. 다만 허위·과장된 투자 수익을 약속하며 판매했다면 사기 또는 방문판매법·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서울시가 2026년 10월부터 서울 전 지역 도로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지분 쪼개기 자체는 사실상 차단됐습니다.
Q.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기존 보유자도 팔 수 없나요?
A.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신규 거래에 허가 요건을 부과하는 제도로, 정상적인 실수요 거래는 허가를 받으면 가능합니다. 서울시 발표 취지도 투기 목적의 지분 분할 매각을 막는 것이지,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분 쪼개기 형태의 재분할 매도는 허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Q. 이미 골목길 지분을 매수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우선 등기부등본으로 지분 내용과 권리관계를 정확히 확인하고, 해당 지역의 정비구역 지정 여부 및 개발 계획을 관할 구청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투자 권유 과정에서 허위·과장된 설명이 있었다면 소비자원 또는 경찰청 부동산 수사팀에 피해 상담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이번 강남 골목길 지분 쪼개기 사건은 투자가 아니라 구조적 착취에 가깝습니다. 수익은 이미 기획부동산이 116억 원을 챙기는 순간 끝났고, 남은 318명의 매수자는 팔기도 어렵고 개발 가능성도 불투명한 땅을 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시가 도로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은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입니다. 다만 1년 한시 지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시 건의대로 사유도로 평가액 하향 법령 개정을 실제로 통과시켜야 동일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제 경험상 "확실히 돈이 된다"는 전화가 오는 순간 그것 자체가 위험 신호입니다. 등기부등본과 개발 계획을 직접 확인하는 것, 그게 가장 확실한 방어선입니다.